해야 맞는 것 : BLUE POINT

178 x 70 x 71 (cm)
acryl, stainless steel, aluminium

‘나’를 내려놓은 채로 나이만 들어버린 모습이 한순간 떠올랐다. 지금 나는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PT를 시작했다. 기계 설계 일을 하다 보니 가장 먼저 눈이 간 건 운동기구였다. 완성된 구조를 움직일 때마다 관찰을 통해 발견하고, 의문이 생기며, 추측해 보다, 깨닫는 사실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. 사람과 ‘직접 닿아서’ 움직인다는 게 운동기구의 특이점이었다. 그래서 운동기구는 최소의 구조로 시작하여 동작에 따른 변형성과 단계적인 강도 조절을 최대로 구현하되, 실사용자의 안전 범위로 제한되며 끝난다. 그건 마치 운동이라는 움직임을 만드는 게 기구보다도 사람의 집중과 수행에 있음을 말하는 듯했다.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관찰할 줄 몰랐던 내 몸이 가장 가까이서 나를 움직이는 구조였다.

운동은 배울수록 나와 달랐는데, 그 모든 차이는 당장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에서 시작됐다.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잡아줄 기본자세에 집중하며 정확한 자극이 누적되도록 움직인다. 다음날이 되면 근육에 통증이 생겨, 내 자세나 동작에 따라 해당 근육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강도로 힘을 받고 있는지 즉각적으로 느껴지게 된다. 몸과 분리된 채 쉼 없이 돌아가는 듯한 의식으로 스스로가 유리 벽 너머의 관찰자 같았던 나는,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실제로 작용했음을 물리적인 통증으로 알게 된다는 게 항상 신기하고 새롭다. 비유하자면 맨바닥이었던 몸에 통증이 솟아 나와 정신이라는 줄을 묶을 수 있게 되었고, 그렇게 몸과 정신이 합일된 상태로 현실에서 움직이게 된 것 같다. 여전히 나는 생각이 많지만, 운동이 깊게 파고든 의식을 현실로 끌어올려 균형을 잡아준다.

내 작품을 만들겠다는 확신에는 고민이나 결정의 순간이 없었다는 점에서 예술은 예외였지만, 당장 시작할 수는 없었다. 첫 작품을 구상하려니 내가 하려는 작품이란 뭔지,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뭔지, 나는 왜 그걸 하려는 거고, 그걸 하려는 나는 뭔지 단계적인 질문들에 가로막혔다. 그러나 몇 년에 걸쳐 전개된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단순했다. 느낌이 발생하면 이유를 알기 위한 사고가 내면을 향하고, 내 안에서 작용하는 원리를 자각하면 실재하도록 만들고 싶다. 이 끌림에 집중했을 때 그 정점에서 느낀 건 ‘실존감’이었고, 끌림을 무시할수록 시달렸던 건 ‘해체감’이었다. 내가 실감하는 정도의 양 끝이 실존감과 해체감이니, 실존감이 내가 추구해야 할 정답이었다. 발생하는 느낌과 내면을 향하는 사고, 실재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끌림은 나로서 존재하려는 나의 기능이었다. 그렇다면 나는 사물들이 기능하기 위한 구조로 이루어진 것과 다르지 않고, 내 안에서 작용하다 드러난 실체 또한 나와 다르지 않다. 따라서 내가 하겠다는 예술이란 단지 성향을 발현시키려는 ‘개인적인 욕심’이며 내 작품은 ‘개체’다.

다만 ‘왜’ ‘움직임’을 ‘넣었냐’던 질문이 남아있었다. 내가 만들고자 하는 원리는 이미 ‘그 자체’로 기능하며 존재했고, 나는 단지 그 상태를 ‘나처럼’ 꺼내고 싶었다. 구조를 이루며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질문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는데, 질문을 풀어낼 기준을 잡지 않은 채 ‘개인적인 욕심으로 정의한 개체’들을 ‘키네틱 아트’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. 그런데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가장 먼저 움직이기 좋은 상태를 만들고, 쉬운 움직임부터 시작해 연결성을 키우고, 문제를 잡아가며 복합적으로 ‘하나 된 움직임’을 완성하는 접근 방식이 키네틱 아트와 같았다. 내가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드러내야 한다면, 운동은 사람이 바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람을 곧 작품으로 만드는 듯했다. 운동을 배우며 움직이게 된 나는, 나로부터 ‘움직이게 만들어질’ 작품과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는 생각에서 알 수 있었다. 나는 움직임을 넣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, 내 작품이 개체로서 직접 움직이며 현재에 실재하도록 만들고 싶다.

<해야 맞는 것 : BLUE POINT>는 ‘해야 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해야 맞는 것’을 가져가는 작업으로, 집중된 행동의 반복적인 수행으로 끌어올리는 현실성을 드러낸다.